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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4년 5월 6일, 세계 육상계는 새로운 역사의 서막을 만나게 됩니다. 1마일 중거리 달리기(약 1.6킬로미터로 운동장 네바퀴 거리)에서 인간의 한계라고 불렸던 마의 4분을 돌파하는 일대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시간이 감이 없을 것 같아서 일반인이 100미터를 전력질주하는 평균 시간을 15초라고 짧게 잡아보면, 아마도 이 글을 읽으시는 분 대다수는 한 때 가장 빨리 뛰던 시절, 그 시간이 15초 이내인 경우가 별로 없을 거에요, 15초든 20초든 100미터 전력질주 후에는 거의 쓰러지죠?

그러니 100미터 전력 질주를 15초라고 잡고, 그런 전력질주를 16배 길이만큼 멈추지 않고 딱 뛰면 240초 즉, 4분입니다. 운동장 네바퀴를 4분에 돌파하는 것. 사실 이 4분은 스포츠의학 분야에선 인간의 물리적인 한계였습니다. 쉬지 않고 4분에 도달한다고 하더라도 그쯤 되면 사람의 폐와 심장은 파열이 되고 마는 수준이었고, 엄청난 근골격 스트레스가 지속되면서 그 긴장으로 인해 뼈가 부러지는 것은 물론 관절과 인대 근육과 힘줄 모두가 찢어지고 만다는 것이었습니다. 육상 경기의 시초가 탄생한 2천년 이래 이 4분의 시간은 인간에게는 죽음의 선으로 불리는 것이었고, 어떤 이는 신이 정한 인간의 한계라고도 말했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4분은 깨지지 않았습니다. 4분 4초 6(1942년 하에그), 4분 2초 6(1943년 안데르손), 4분 1초 6(1944년 안데르손), 4분 1초 4(1945년 하에그)에 이르기까지.

이후 10년 가까이 이 기록을 넘어서는 선수는 등장하지 못했습니다. 그나마 호주의 존 랜디가 가장 근접한 기록을 갱신해 갔습니다. 4분 3초 이내 기록을 무려 6번이나 성취했지만 그는 결국 1954년 1월 21일 4분 2초 4의 기록을 하고서는 “나 혼자 힘으로 그 기록을 깨는 건 불가능하다”라는 말로 포기를 선언합니다. 그는 늘 두바퀴쯤 지나서부터는 혼자 맨 앞에서 달려야 했고 그를 계속해서 이끌어줄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하는 선수가 부재한 현실을 안타까워합니다.

그런데 영국의 옥스퍼드대학교 엑서터 칼리지의 의대생 로저 배니스터(Roger Bannister, 1929~)가 도전장을 들고 나옵니다. 그는 의대 과정에서 인간이 견딜 수 있는 최대치의 고통과, 인간이 지속할 수 있는 최고의 라스트스퍼트를 연구하면서 중거리 경기에서의 이상적인 스피드와 스태미너 조합을 찾아내는데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리고 그는 인간이 마의 4분을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결론을 도출합니다. 하지만 아무에게도 그 실험을 요구할 수 없었고, 그는 아마추어 육상선수로서 스스로를 한계실험에 사용하기로 결정합니다. 하지만 1952년 헬싱키 올림픽에서 그는 유력한 우승 후보였으나 아쉽게도 4분의 벽도 넘지 못했고, 4등이라는 결과로 마감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1954년 5월 6일 보스턴 마라톤 대회. 존 랜디와 브래셔, 채터웨이와 그리고 배니스터가 다시금 힘을 합쳤고 도전장을 던집니다. 이들은 서로에게 페이스메이커가 될 수 있도록 의기투합을 합니다. 그리고… 첫번째 바퀴는 브래셔가 57초에 끊어서 선두를 잡습니다. 배니스터는 이런 브래셔의 등 뒤에 바짝 붙어 57.5초를 기록합니다. 채터웨이도 바짝 따라갑니다. 브래셔는 2번째 바퀴를 1분58초 기록으로 2분 안에 돌파하며 뒤쫓아오는 배니스터를 리드해 주지만 이내 지쳐서 뒤떨어집니다. 하지만 채터웨이가 세번째 바퀴를 이끌어주며 3분을 주파하는데 성공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바퀴! 배니스터는 2천년간 신이 정한 그 한계를 향해 모든 것을 던집니다.

3분59초4.
마침내 4분의 벽은 무너져 내렸습니다.
배니스터는 극심한 고통으로 그 자리에서 의식을 잃어버리고 맙니다.
기적을 만들어 내는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진짜 기적은 이제부터였습니다. 1954년을 기준으로 거짓말처럼 1마일 경기 4분의 한계가 와르르 무너져 내리기 시작합니다. 배니스터 신기록 이후 불과 두 달 만에 10명이 4분 벽을 돌파합니다. 그리고 1년 후엔 27명, 2년 뒤엔 300명으로 늘어납니다. 그리고 4분의 한계는 1999년 모로코의 히참 선수가 만든 3분 43초. 4분에 비해 17초나 빨라졌습니다. 하지만 심장이 파열된 경우는 없었습니다.

배니스터는 말했습니다.

“인간의 몸은 생리학자들보다 수백 년은 앞서 있다. 생리학이 비록 호흡기와 심혈관계의 육체적 한계를 알려줄지는 모르지만, 생리학 지식 밖의 정신적 요인들이 승리냐 패배냐의 경계사선을 결정한다. 운동선수가 얼마나 절대한계까지 갈 수 있는지를 좌우한다.”

그렇습니다. 엄두를 내지 못하던 일도 주변의 누군가가 그 일을 해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도전 의지가 생깁니다. 그리고 그 길을 함께 걸어갈 이들을 만나게 되면 마침내 새로운 길을 만들게 됩니다.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도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가 뭔가 해낼 수 있다는 최고의 증거는 바로 다른 사람들이 이미 그것을 해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우리 각자가 꿈을 이루고, 새로운 길을 열어내고,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은 단순히 나만의 일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내가 이룸으로써 누군가에게 새로운 꿈을 꾸게 하고, 누군가에게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게 되고, 누군가에게 변화의 기준이 되기 때문입니다.

정리하면,
여러분이 꿈을 이루면 그것은 또 누군가의 꿈이 됩니다.
그 꿈을 이루는 일은 이내 결코 외롭지 않은 물결로 만나게 될 것입니다.

inhyuks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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